[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페미니즘은 자연의 순리 되찾는 것

상식 파괴의 시대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에 불어닥친 페미니즘 열기 또한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세상’에 반항하려는 움직임이다. 여성들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을 깨려는 시도다. 각국 출판시장에서도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을 향한 불평등과 차별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이다.지난 2월 말 독일에서 출간된 《여성 선택(Female Choice》은 진화생물학을 근거로 남성 위주의 세상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법칙이 인간 세계에서는 언제 어떤 이유로 뒤틀렸는지 진화생물학과 문화인류학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인류가 농업혁명을 통해 오랜 기간 채집과 수렵 활동을 끝내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남성 중심 문명이 시작됐지만, 이제 곧 자연의 순리대로 돌아가 남성 중심 문명이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페미니즘은 자연의 순리 되찾는 것

《여성 선택》은 코로나19로 잠시 잠잠했던 젠더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진화생물학을 전공하고 전염병학(epidemiology)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 마이케 슈토버로크(Meike Stoverock)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주변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연구한다. 슈토버로크는 수년 동안 젠더 논쟁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칼럼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페미니즘은 자연의 순리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해석한다.‘여성 선택(female choice)’은 지구상 대다수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번식 전략을 설명하는 생물학 용어다. 저자에 따르면 자연 세계에서는 여성이 성(性) 주도권을 갖고 있다. 수컷은 구애하고, 암컷이 선택한다. 예를 들어 수컷 공작새는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한다. 다채로운 색의 깃털과 눈에 띄는 붉은 부리로 암컷에게 구애한다. 수컷 순록은 뿔의 크기를 키워서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애를 쓴다. 수컷은 노래하고, 춤추고, 싸우고, 집을 짓는다. 암컷은 이 모든 쇼를 즐긴 뒤 번식을 위한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페미니즘은 자연의 순리 되찾는 것

생존과 번식을 위해 본능적으로 여성이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 자연법칙이지만 유독 인간 세계에는 그렇지 않다. 《여성 선택》은 이런 자연법칙이 인간 세계에서 뒤틀리게 된 이유를 파헤친다. 지식과 학문의 세계는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저자는 “남성 과학자들이 만든 과학 이론과 세계관이 비뚤어진 성 역할을 강요했고, 생물학적 차이를 근거로 여성들을 억압해왔다”고 지적한다. 종교 역시 남성 지배 구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남성들은 학문과 지식과 종교를 이용해 권력을 틀어잡고 여성 위에 군림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페미니즘은 자연의 순리 되찾는 것

저자는 “자연 질서를 거스른 남성 중심 문명이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인류 문명과 지구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비뚤어진 불평등을 끝내고 다시 자연의 순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성과 여성의 힘 대결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병든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보자고 제안한다.홍순철 <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 >